영화 <윤희에게>. 최근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열연 중이신 김희애 배우님이 주연으로 등장했던 퀴어 영화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의 임대형 감독님의 두 번째 작품이네요!
개인적으로 김희애 배우님을 정말 좋아해서, 김희애 배우님이 퀴어 영화를 찍는다고 하셨을 때 너무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전공도 일본어에 일본인을 짝사랑했던 적도 있는데다, 아무래도 퀴어 당사자였기 때문에 영화를 8번이나 볼 만큼 저에게 정말 의미있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김희애 배우님이 퀴어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흥분했던 기억이 나네요! <밀회>를 보며 배우님께 '입덕'하고 온갖 필모그래피를 정주행하던 와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퀴어 영화를 찍는다니... 사실 한국에서 이만한 대배우가 퀴어 영화를 찍는 경우는 많이 없다고 생각했어서 제 친구들도 모두 흥분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윤희에게가 스크린에서 개봉되기까지의 1년. 작년 11월에 개봉을 하자마자 학교 근처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봤고, 이후 이런저런 GV에 참석하기까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것만 세어보면 8개쯤 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GV였나... 감독님께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감독님 본인도 그만큼 본 적 없다고 하셨던 ㅋㅋㅋㅋㅋ 게 기억에 남네요!
아무튼 2019년 하반기를 풍족하게 채워준 <윤희에게>. 영화를 '덕질'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학교 기숙사가 서울이랑 조금 멀어서, 롯데시네마에서 했던 GV는 막차를 놓쳤고... 어떤 GV에서는 한참 연락 안 되던 지인과 눈이 마주쳐 머쓱했던 기억. 처음으로 <윤희에게>를 보고 나오는데 첫눈이 내렸던 기억도 나네요! 이전에 짝사랑했던 일본 분이 돌연 생각나서, 이어폰을 꽂고 OST를 들으며 그 분을 만났던 장소를 걸었던 것도 같네요. 엄청난 청승 -.,-
시작부터 저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지만, 인상깊었던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같은 반이었던 카타세 쥰을 사랑했던 윤희는 당대 보수적인 시선 때문에 쥰과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한 쥰은 부모님의 이혼에 따라 일본으로 넘어와야만 했고, 윤희는 여자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세월이 흘러 쥰은 홋카이도에서 수의사가 되고, 윤희는 오빠가 소개해 준 남자와 결혼해 새봄이라는 딸을 낳게 됩니다.
결국 남편 인호와 이혼한 윤희, 그리고 그런 윤희와 새봄에게 문득 찾아온 쥰의 편지. 윤희와 새봄은 그 편지와 함께, 홋카이도에 있는 쥰의 자취를 좇아 여행을 떠납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자극적이지 않고 정적이라는 점인 것 같습니다. 자극적인 영화는 그 영화 나름의 매력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 영화들 사이에서 흔하지 않은 '정적이고 감동적인 영화'가 바로 <윤희에게>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좋아하는 소재가 사용되어서 이 영화를 좋아했던 것도 있지만, 이런 <윤희에게>의 매력이 없었다면 열 번 가까이 영화를 돌려보진 못했을 것 같아요.
4월 30일에는 메이킹 북이 나온다는 소식입니다. GV 때부터 만월단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감독님의 제작 노트나, 배우 스틸 및 촬영 현장이 담겨 있다고 하네요! 저는 퀴어페미니스트 책방 꼴(https://www.instagram.com/p/B-gjEjVFJTi/?utm_source=ig_web_button_share_sheet)에 예약 주문을 넣었습니다. 당일 바로 가지러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ㅠㅠ 개인적으로 시나리오 북도 너무너무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영화에는 없는 장면들, 나카무라 유코 배우님과 임대형 감독님 인터뷰 등) 이번 메이킹 북도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에 새소년과 윤희에게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한 뮤직비디오도 업로드되었는데, 이에 관해서는 음악 포스트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담이지만 다른 분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셨나 궁금하네요! 저는 퀴어 영화인 동시에 여성서사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윤희에게>는 윤희가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 때문에 쥰과 헤어져야만 했던 성소수자로서의 이야기가 중요하지만, 그만큼 오빠는 가는 대학을 가지 못한 윤희나 담배를 눈치 보며 피워야 했던 장면 등등... 그리고 딸인 새봄이와 함께 오타루를 여행하면서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마지막에 이력서를 제출하며 새 시작을 다짐하는 것까지. 여성으로서의 이야기도 같은 비중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다른 작품에 비해 중년 여성 주연의 퀴어 영화가 적었던 것을 생각하면 <윤희에게>는 한국 영화계에 있어 큰 도전이고, 성공적인 사례였다고 생각해요. 여성 영화로서도, 퀴어 영화로서도요. 앞으로도 <윤희에게>처럼 소수자 이야기를 하는 다른 작품도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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