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カタオモイ (cv. 김달림과하마발)

Aimer - カタオモイ의 가사를 일부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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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목소리.
 하나.
 둘.
 눈에서 피는 매화.
 셋.

 피지 않는 벚꽃.
 넷.
 제트나무.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점2분쉼표.
 아홉.
 멋대로 흐르는 의식.

 열.
 멋대로 흐르는 시간.





 
 그는 스스로를 소년이라고 지칭할 때가 종종 있었지만 가만 돌아보면 소년이라기엔 너무 먼 길을 걸어왔다. 6000살의 생일을 맞이했었지. 6000년의 세월을 걸어온 동안 이 손은 무수한 죄를 저질렀다. 그리고 제트는 그가 평생에 걸쳐 빚어낸 죄다. 빚어냈던, 빚어낸, 지금도 빚어지고 있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온전하지 않은 죄악. 스스로를 소년이라 지칭하기에 자신은 어떤가 생각한다. 앞으로 무수한 세월이 남았기에 저는 소년인가? 아니면 끝없는 죄를 지은 세월이 너무 길어 소년이라고 할 수 없나? 냉동실에 수십 시간을 얼려 질겨진 고기처럼 잘리지 않는 생각을 하다 마침내 큰 식칼로 도마 위를 텅 내리친다. 언제까지고 소년인 자여, 당신은 이전에 있었던 시간도 이후에 있을 시간도 전부 동일하게 살지 않을 것인가.

 누군가와의 대화는 언제나 소년의 온전치 않은 독백으로 흘러갔다. 빠른 속도로 테이블 위를 오가는 탁구공처럼 원활한 대화가 진행된다. 화자가 원하기도 하고 원하지 않기도 했던 곳으로 공이 튀어나간다. 다음 화자는 유하게 그 공을 받아친다. 그러다 누군가의 손이 살짝 삐끗한다. 보내고 싶지 않은 어떤 곳을 향해 공이 활주한다. 모든 공을 문제 없이 받아치던 소년은 공이 그 방향으로만 날아가면 몸이 굳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소년이 공을 주워 다시 서브를 넣기 전까지는, 테니스 테이블 위에 공이 올라오는 일은 더 이상 없다. 당신이 소년의 손에 공을 쥐어주고 일으켜주지 않는 이상 소년이 스스로 일어서는 일은 없다.

 소년은 그렇게 늘 독백을 했다. 대화가 어긋난 이후엔 어떤 말을 해도 정해진 스크립트를 읊는 기계를 보는 것 같았다. 그 스크립트가 완벽한 논리를 갖추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대화인가? 아니다. 대화가 아닌가? 아니다. 그는 변하는가? 응. 아니. 매화를 좋아하나? 아니. 응. 벚꽃은 언제 피지? 봄. 아니 봄이 아닐 때. 좋을 때. 좋지 않을 때. 제트는? 죽었어. 아니 살아있어. 제트는? 내가 죽였어. 아니 죽이지 않았어. 죽었어. 죽었지만 살아있어. 살아있지만 죽었어.

 당신이 꽃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린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한다. 당신의 죽음, 소년의 꼬리 위에 만개하는 벚꽃, 당신의 죽음 이후에 벚나무를 심어달라는 당신…… 언젠가 꽃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매화를 좋아한다고 그랬던 것 같다. 그 날 당신과는 수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던 것 같다. 소년은 제 수명을 살아갈 이유로 제트를 꼽는다. 제트는 상황이 나아질 수 없잖느냐, 하는 당신의 말에 소년은 화제를 전환한다. 그래서 장미 얘기가 나왔다. 소년은 오래 전 자신의 전 애인에게 선물했던 꽃을 떠올린다. 붉은 장미…… 격정적으로 사랑을 속삭였던 풋풋한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제 와서는 제트에게 주지 못했던 장미가. 소년과 소년 사이에는 보라색 장미가 어울릴 거라는 당신의 빈정 섞인 말. 아, 그렇지, 또 제트. 제트. 제트를 다시 떠올린다. 소년은 다시 제트를 생각한다. 마치 술에 절여진 뱀처럼 관 안에 우두커니 눈을 감고 있을 다른 소년을 생각한다. ……구태여 말하자면 보라색 장미는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죠. 죽은 동시에 살아있을 제트를 걱정하며 독백을 시작한다. 그가 내 꼬리에 핀 꽃을 봤으면 좋겠어요. 장미보다는 더욱 의미있는 꽃이거든요. 그러자 당신이 대답한다. 그러려면 살아서 돌아가야겠구나. 맞아요, 살아서 돌아가야지요. 소년이 말을 받아친다…… 아, 필요없는 말을 내뱉고 있는 것을 그제서야 눈치챈다. 살아서 돌아가도 말이지요…… 급하게 말을 정정한다. 봤으면, 했었습니다. 그런 희망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자연스럽게 넘기려고 한다. 물론 당신에게 그런 말이 통할 리가 없다. 당신의 표정이 말한다. 꼬리를 물어.

 하하, 하…… 소년은 웃는다. 그래 제트는 살아있어요.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동시에 죽었지요. 당신은 모를 액체가 가득 차 있는, 무덤 같은 관에서 꼬리를 축 내리고 눈을 감고 있어요.






 아주 오랜 시간 제트를 올려다봤습니다. 늘 그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지요. 어린 마음에 몇 년이고 위험한 일을 하면서까지 제트를 따라다녔습니다. 그가 나를 알고 알지 못하고는 상관없이 하고 싶어했던 모든 일들을 그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내가 유일하게 막고 싶었던 것은 그의 죽음이었어요. 그래서 단신으로 사막을 걷는 그를 쫓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죽기까지 했고, 동료의 도움으로 다시 한 번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제트의 생에 절박했습니다. 내 생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였어요. 그런데 그가 나를 처음으로 기억했을 때 한 말이 뭐였는지 아시나요.

 죽고 싶어. 살고 싶지 않아. 지키던 생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에 대한 나의 절망. 나는 몇 번이고 그의 죽음을 막았습니다. 그러면 그는 다시 스스로를 포기했지요. 6000년이라는 세월에 비해 1년도 안 되는 시간은 정말 짧습니다. 그 시간 동안에 우리는 점점 인위적으로 껍질이 벗겨진 도마뱀처럼 말라갔습니다. 나는 그가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죽기를 바랐고요. 그러나 생에 대한 문제만큼 본인의 의견이 중요한 것도 없는 법입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자살기도를 했던 날 나는 가까스로 그를 살려냈습니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고 울었습니다. 제발 죽지 말라고. 당신 때문에 내가 살아있는 거라고. 그 말에 그는 답했습니다. 자신은 바다에 가고 싶다고. 편해지고 싶다고. 그 부탁을 내가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요. 그게 자신의 행복을 향한 단 하나의 길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감히 내가 그걸 뒤흔들 권한이 있었을까요. 다만 나는 그런 부탁을 들어줄 정도로 용기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일조차 타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어? 제트에게 말이야. 아니면 마지막 말을 남길 수 없을 정도로 후회해? 
 그를 바다로 보낼 기계를 만지던 자가 내게 물어보았습니다.
 ―후회해. 후회하고말고. 내가 마음을 더 강하게 잡고 그를 말렸어야 했어. 죽지 않는 방향으로 어떻게든 보낼 수 있었을텐데.
 ―이제라도 작업 중단할까.
 ―아니…… 그러지 마. 그건 그의 행복을 앗아가는 일이니까.

 어떻게 하면 그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할까.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죽음은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그는 이야기했는데 나는 그의 행복에조차 기뻐할 수 없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나 하고요. 왜 나는 이기적일까,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러던 중 찾은 방법은 ‘제트’를 죽이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기계에 그를 넣고 편히 잠들게 하는 것 이상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제트Z라는 사람만 없는 걸로 하고, 그 몸뚱아리에는 완벽히 새로운 이름과 인간관계, 그리고 과거를 부여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제트는 죽은 것이고 그는 살아있는 것이지요. 아, 벌써 그에게 붙여줄 이름도 정해놨는데. 자영紫英이라고, 보라색 석영을 의미합니다. 이미지 컬러도 완전히 정반대죠? 그만큼 그가 반대되는 삶을 살 거라는 거예요. 제트Z였을 시절 그로 하여금 사막을 걷게 했던 끔찍한 인간관계가 아닌, 그가 다시 살아나서 행복하고 온전할 수 있게 하는 일반적인 인간관계도 함께 제공할 겁니다. 사회에 적응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게 능력에 맞춘 사회적 지위도 설정할 거예요. 반사회적 조직에서 금전을 요구하며 치료를 일삼지도 않게 할 겁니다. 내가 어떻게든 돈과 권력을 쓰면 그 한 명에겐 모든 일이 가능합니다. 그럼 이 우주에서 Z라는 존재는 완전히 잊혀지겠죠, 그렇게 되면 비로소 Z는 죽었지만 자영은 살아있는, 나도 그도 바다에서 천천히 불어오는 파도를 여유롭게 즐기고 있는 듯한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아, 제트는 없어요. 그는 죽었습니다. Z를 죽인 나는 죽여달라는 약속을 어기지도 않은 채, 살아있는 자영에게 다시 돌아가 그의 새로운 인간관계의 한 부분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 나는 이기적이지요. 이도저도 아닌 선택을 하는 주제에 그걸 합리화하기나 하고요. 사실 조금 두려워요. 모든 것을 설정해놓은 뒤 그를 깨우면 그가 과연 내 뜻처럼 잘 따라줄까 싶어서요. 무엇을 어떻게 손대야 그가 다시 무너지지 않을까…… 하고. 물론 제트의 지인이었던 당신에게는 내 말이 그저 살인자의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만요.

 다만 그가 자영으로서 살게 되면 적어도 예전보다는 근사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자영에게는 그를 8000년이 훌쩍 넘는 세월동안 그를 착취할 사람이 없으니깐요. 그의 능력을 악의적 목표에 동원하기 위하여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사람들도 없을 테고, 그가 무너지는 동안 그를 방관했던 사람도 없을 겁니다. 그 자리를 채울 더 좋은 사람이 많아요. 그가 눈을 뜨면 나와, 내 지인과, 여태 보지 못한 좋은 질의 사람들과 환경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을 겁니다.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능력과 이름, 과거부터 몸의 형태도, 사회적인 지위도 전부 변할 거고요. 제트와는 모든 게 다른 소년을 어떻게 제트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는 더 이상 제트가 아닙니다.

 내 꼬리에 꽃이 피는 조건이 무엇이냐고 물었지요. 별 거 없습니다. 늘 사계절을 따라 잎이 돋고 꽃이 폈고, 꽃이 진 자리에는 버찌가 맺혔으며 겨울이 되면 으레 다른 나무가 그렇듯 낙엽이 지고 앙상해졌습니다. 지금 내 꼬리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최근 오랜 시간 사계가 없는 곳에서 생활했기 때문이고요. 자영의 삶도 그렇게 흘러갈 겁니다. 완전히 모든 것을 예상할 수는 없지만 적당한 폭에서 평화롭게 흘러갈 테지요. 누군가가 그에게 제트였던 과거를 굳이 알려주지만 않으면 그는 멸망까지도 그만큼의 불행을 느끼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블랑케를 어떻게든 제거하려고 했었지요. 쥐새끼마냥 빈집털이를 하러 들어왔다가 제트가 있는 방을 목격한 사람이거든요. 나는 그가 ‘레이’가 아님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어떻게 하면 그를 죽일 수 있을지 계속 궁리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제트의 존재를 기억하는 것은 나와 유월뿐이어야 했거든요―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다 잊을 생각이었고요. 블랑케에게 깊은 혐오를 느끼는 당신의 힘을 빌려 그를 제거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당신 앞에서 말하고 있는 이상 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군요. 이런 제트 살인마를―당신이 왜, 도와주겠습니까.

 당신이 지금 나를 어떤 표정으로 보고 있을지 조금도 감이 안 잡히네요. 왜냐하면 지금 나는 최대한 당신의 얼굴을 보지 않고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제트는 죽었다, 동시에 살아있다. 처음부터 제트의 사망을 알리려고 온 자가 그 손놀림의 주체였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웃기네요. 알아. 안다고요.


 난 누구에게도, 심지어 나 자신과 제트에게 용서받을 무엇도 없는 사람이란 걸.
 그럼에도 나는 이 합리적인 일을 감행해야겠다고.

 





 아, 소년은 종종 탄식했다. 나는 사람을 죽인다. 정작 죽여야 할 때는 죽이지 못하면서 아무도 요청하지 않은 때에는 멋대로 죽인다. 그리고는 표면이 언 호수 같은 죄책감에서 숨만 내뱉는다. 질식한다. 아주 간신히 날이 따스해지면 그만큼 간신히 수면으로 떠올라 호흡한다. 다시 기온이 낮아지면 죽기 직전까지 숨을 내뱉는다. 그리고 간신히 돌아본다. 당신에게 말을 건넨다.


 외면하려던 것을 돌아보게 해서 기분이 좋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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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안녕, 나의 少年


Jaivant









    소년이라고 하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먼저 아주 어리지도 성숙하지도 않은 남자아이라 했는데, 남자고 여자고 하는 개념은 애당초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접어두고 넘어가겠습니다. 그 다음으로 보편적으로 말하는 정의는 젊은 나이, 또는 그런 나이의 사람이라 하였는데, 나이 역시 내겐 젊고 늙음을 판별하는 기준이 되진 못하니 내려놓겠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소년이란 말을 즐겨쓰는 이유는 그게 少年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적은 시간. 스쳐 지나갈. 한 방울의 바닷물이 내 각막을 적실 정도로 작고 고통스러운. 나의 손 끝 바늘에 찔린 구멍 같은 아픔. 그 자그마한 少年, 살을 짓눌러 멍들게 하는 시간. 당신의 숨소리, 맥박 뛰는 소리, 자그마한 분자 하나하나가 진동하는 소리, 그 모든 것.


    소녀 같은 건, 소년스러운 건, 어울리지 않아. 그저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넌 혼자 남는걸. (김사월, 수잔) 낡고 병든 내게 당신이 준 꿈은 부서질 것 같이 완전한 빛깔. (김사월, 악취)


    재떨이엔 꽁초만 쌓여가고, 아무것도 없는 벽을 뚫어져라 봐. 빈 속을 어지럽혀, 위스키로 정신이 더욱 흐릿해지길 바라. (용준형, 지나친 사랑은 해로워) 차가운 바람 소리에, 하얀 입김으로, 하얀 담배 연기에, 아련한 너

의 영상. 난 어지러워, 난, 난, 난, 어지러워, 난, 난. (푸른 새벽, 푸른 새벽)


    슬픈 생각이 지겨워, 나는 제멋대로 지냈네. (김사월, 달아) 내 못난 마음 꿈에서는 다 용서해 주세요, 내 못난 마음 꿈에서는 다 용서해 주세요. (김사월, 접속) 이제 잠이 들 거예요, 깊은 꿈 속에 빠져들게 날 놓아줘요. 고요한 심연 속에 몸을 누이고 (태민, 최면) 꿈꿀 수 있다면 어디라도 시들어가는 걸 알았기에, 나를 원한다면 언제라도 (김사월, 꿈꿀 수 있다면 어디라도) 너만 내게로 온다면 그대에게 이 세상을 다 줄 수 있을 텐데. (헤이즈, And July) 내 못난 마음 꿈에서는 다 용서해 주세요, 내 못난 마음 꿈에서는 다 용서해 주세요. (김사월, 접속)


    슬픈 생각이 지겨워, 몸이 타오르는 것 같아. 모든 것이 가능하다 믿고 싶어. (김사월, 달아) 우리들은 조심스레 키스를 했어, 그런데 당신은 조금 싫어했었지만 우리들은 꼭 끌어안았어. 그럼에도 아직 부족하네, 라며 눈짓했어. (하츠네 미쿠, 목소리) 필름처럼 흘러가는 가로등 불빛, 내가 지나치는 건 아마 미련이겠지 (비스트, Drive) 그 떄로 돌아가, 새로 만들어가, 더 이상 비참하지 않고 혼자 아닌 (버논, 병) 너는 지금 잠들어 있겠지만, 너와 함께 닿는 모래를 생각해. 가망 없는 너와 잠시라도, 꿈꿀 수 있다면 어디라도. (김사월, 꿈꿀 수 있다면 어디라도) 스스로를 미워하며 살아가는 것은 너무 달아, 그걸 끊을 수 없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김사월, 달아)


    대화하기에는 너무 늦었나? 내가 너무 오래 기다렸나? (Nicki Minaj, The Crying Game) 그 때 아끼는 모든 것을 깨뜨린 나를 살려두었나요 왜 용서해 줬나요. 그 때 악취 나는 손으로 더럽힌 나를 살려두었나요 왜 용서해줬나요. (김사월, 악취) 자유로울 거라고 했죠, 그래 바람이 거세어 어디든 갈 수 있을것만 같아요. (김사월, 설원) 너의 어디가 정확히 그리운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그리워 (용준형, 지나친 사랑은 해로워) 날 천천히, 삼키네, 벗어나려 해도 제자릴 맴도네. 난 조금씩 잠기네, 숨이 막혀도 움직일 수 없네. (윤화, 파도) 너무 멀리 왔나 봐, 길을 잃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그댈 목 말라해 (장나라, 사막 한가운데에서) 그냥 이대로 다 멈춰 줘 제발 너의 뒷모습 뿐이라도 좋아 (빅톤, 나를 기억해)


    도저히 버리지 못한 네 향기 가득한 물건들 (볼빨간 사춘기, X Song) 들꽃 향기가 나네요, 아니 들꽃이 아니라 들꽃이라 부르는 향기가 나요. (김사월, 설원)


    아, 소년, 소년, 소년의 향기. 녹음綠陰, 짙은 녹음, 녹음이라 부르는 그림자. 들꽃, 들꽃의 향기, 들꽃이라 부르는 향기. 날 삼켜요. 서서히 잠기게 만들어요. 그래 나를 조이나. 숨 막히도록 조여오지요. 소년, 소년, 아냐, 소년스럽다는 것도 소녀 같은 것도 당신과 어울리진 않지. 숲을 닮은 소년, 아니 숲이라는 공간을 지향했을 소년. 바다를 찾던 소년, 아니 바다라는 공간을 갈망했을 소년. 몸에 밴 내기, 아니 내기라고 불리는 행위를 적셔 왔던 소년. 소년, 소년, 사전적 정의 따위는 그저 빈 껍데기에 지나지 않던. 그 빈 껍데기에 갇힌 자를 타오르게도, 얼어붙게도, 언어가 없는 향에 취하게도 했던. 무수한 분모를 밑에 둔 그 하나의 시간. 억겁의 세월을 타고 올라 그 위에 유유히 군림했던 찰나. 종결 어미가 없었던 나를 잠재우고 한 번의 만짐으로 분할한 소년. 그 찰나의 시간. 안녕, 손을 흔든다.



    나는 너에게 메달려

    너는 나를 끌고

    우리는 사막에 왔다

    우리는 사막에 왔다

    (중략)

    이러다가 목이 마르는 건 아닐까

    이러다가 목이 메이는 건 아닐까


(김사월X김해원,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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