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_____안녕, 나의 少年


Jaivant









    소년이라고 하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먼저 아주 어리지도 성숙하지도 않은 남자아이라 했는데, 남자고 여자고 하는 개념은 애당초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접어두고 넘어가겠습니다. 그 다음으로 보편적으로 말하는 정의는 젊은 나이, 또는 그런 나이의 사람이라 하였는데, 나이 역시 내겐 젊고 늙음을 판별하는 기준이 되진 못하니 내려놓겠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소년이란 말을 즐겨쓰는 이유는 그게 少年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적은 시간. 스쳐 지나갈. 한 방울의 바닷물이 내 각막을 적실 정도로 작고 고통스러운. 나의 손 끝 바늘에 찔린 구멍 같은 아픔. 그 자그마한 少年, 살을 짓눌러 멍들게 하는 시간. 당신의 숨소리, 맥박 뛰는 소리, 자그마한 분자 하나하나가 진동하는 소리, 그 모든 것.


    소녀 같은 건, 소년스러운 건, 어울리지 않아. 그저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넌 혼자 남는걸. (김사월, 수잔) 낡고 병든 내게 당신이 준 꿈은 부서질 것 같이 완전한 빛깔. (김사월, 악취)


    재떨이엔 꽁초만 쌓여가고, 아무것도 없는 벽을 뚫어져라 봐. 빈 속을 어지럽혀, 위스키로 정신이 더욱 흐릿해지길 바라. (용준형, 지나친 사랑은 해로워) 차가운 바람 소리에, 하얀 입김으로, 하얀 담배 연기에, 아련한 너

의 영상. 난 어지러워, 난, 난, 난, 어지러워, 난, 난. (푸른 새벽, 푸른 새벽)


    슬픈 생각이 지겨워, 나는 제멋대로 지냈네. (김사월, 달아) 내 못난 마음 꿈에서는 다 용서해 주세요, 내 못난 마음 꿈에서는 다 용서해 주세요. (김사월, 접속) 이제 잠이 들 거예요, 깊은 꿈 속에 빠져들게 날 놓아줘요. 고요한 심연 속에 몸을 누이고 (태민, 최면) 꿈꿀 수 있다면 어디라도 시들어가는 걸 알았기에, 나를 원한다면 언제라도 (김사월, 꿈꿀 수 있다면 어디라도) 너만 내게로 온다면 그대에게 이 세상을 다 줄 수 있을 텐데. (헤이즈, And July) 내 못난 마음 꿈에서는 다 용서해 주세요, 내 못난 마음 꿈에서는 다 용서해 주세요. (김사월, 접속)


    슬픈 생각이 지겨워, 몸이 타오르는 것 같아. 모든 것이 가능하다 믿고 싶어. (김사월, 달아) 우리들은 조심스레 키스를 했어, 그런데 당신은 조금 싫어했었지만 우리들은 꼭 끌어안았어. 그럼에도 아직 부족하네, 라며 눈짓했어. (하츠네 미쿠, 목소리) 필름처럼 흘러가는 가로등 불빛, 내가 지나치는 건 아마 미련이겠지 (비스트, Drive) 그 떄로 돌아가, 새로 만들어가, 더 이상 비참하지 않고 혼자 아닌 (버논, 병) 너는 지금 잠들어 있겠지만, 너와 함께 닿는 모래를 생각해. 가망 없는 너와 잠시라도, 꿈꿀 수 있다면 어디라도. (김사월, 꿈꿀 수 있다면 어디라도) 스스로를 미워하며 살아가는 것은 너무 달아, 그걸 끊을 수 없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김사월, 달아)


    대화하기에는 너무 늦었나? 내가 너무 오래 기다렸나? (Nicki Minaj, The Crying Game) 그 때 아끼는 모든 것을 깨뜨린 나를 살려두었나요 왜 용서해 줬나요. 그 때 악취 나는 손으로 더럽힌 나를 살려두었나요 왜 용서해줬나요. (김사월, 악취) 자유로울 거라고 했죠, 그래 바람이 거세어 어디든 갈 수 있을것만 같아요. (김사월, 설원) 너의 어디가 정확히 그리운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그리워 (용준형, 지나친 사랑은 해로워) 날 천천히, 삼키네, 벗어나려 해도 제자릴 맴도네. 난 조금씩 잠기네, 숨이 막혀도 움직일 수 없네. (윤화, 파도) 너무 멀리 왔나 봐, 길을 잃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그댈 목 말라해 (장나라, 사막 한가운데에서) 그냥 이대로 다 멈춰 줘 제발 너의 뒷모습 뿐이라도 좋아 (빅톤, 나를 기억해)


    도저히 버리지 못한 네 향기 가득한 물건들 (볼빨간 사춘기, X Song) 들꽃 향기가 나네요, 아니 들꽃이 아니라 들꽃이라 부르는 향기가 나요. (김사월, 설원)


    아, 소년, 소년, 소년의 향기. 녹음綠陰, 짙은 녹음, 녹음이라 부르는 그림자. 들꽃, 들꽃의 향기, 들꽃이라 부르는 향기. 날 삼켜요. 서서히 잠기게 만들어요. 그래 나를 조이나. 숨 막히도록 조여오지요. 소년, 소년, 아냐, 소년스럽다는 것도 소녀 같은 것도 당신과 어울리진 않지. 숲을 닮은 소년, 아니 숲이라는 공간을 지향했을 소년. 바다를 찾던 소년, 아니 바다라는 공간을 갈망했을 소년. 몸에 밴 내기, 아니 내기라고 불리는 행위를 적셔 왔던 소년. 소년, 소년, 사전적 정의 따위는 그저 빈 껍데기에 지나지 않던. 그 빈 껍데기에 갇힌 자를 타오르게도, 얼어붙게도, 언어가 없는 향에 취하게도 했던. 무수한 분모를 밑에 둔 그 하나의 시간. 억겁의 세월을 타고 올라 그 위에 유유히 군림했던 찰나. 종결 어미가 없었던 나를 잠재우고 한 번의 만짐으로 분할한 소년. 그 찰나의 시간. 안녕, 손을 흔든다.



    나는 너에게 메달려

    너는 나를 끌고

    우리는 사막에 왔다

    우리는 사막에 왔다

    (중략)

    이러다가 목이 마르는 건 아닐까

    이러다가 목이 메이는 건 아닐까


(김사월X김해원,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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